한국방위산업진흥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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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을 향한 국산 무기체계 개발 능력은 단순히 국산화라는 목표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K9 자주포, K2 흑표, 지대공 미사일 천마 등이 대표적인 예이지요. 하지만 첨단 무기체계 연구개발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되어 전력화가 지연되거나 사업이 중단되는 등 많은 문제점 또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개발 과정상의 결함을 비리로 바라보면서 방산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무기 전력화가 지연되거나 사업이 중단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가 처음부터 세계 최고수준의 작전요구성능(ROC : 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을 목표로 한 무기체계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전요구성능이란 무기체계가 작전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성능인데요. 최고 수준의 ROC를 요구한다는 건 결국 처음부터 최고 성능을 갖춘 무기를 생산해내야 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하지만 무기체계는 처음부터 100%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전투기 중 현재 가장 완벽하다는 F-35 전투기도 초도생산단계에서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고, UH-60 헬기도 전력화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체계 결빙(기체와 날개 등에 얼음이 발생하는 현상)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습니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성능개량을 통해 무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진화적 개발을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진화적 ROC의 개념과 필요성, 그리고 국내와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무기체계 개발의 발전 방향을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화적 ROC 적용개발,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는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하는 무기체계를 한 번의 연구개발을 통해 일괄적으로 확보하는 개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무기체계는 그야말로 첨단 과학기술의 총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능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고도화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기술적으로 어려워져 연구개발의 실패 위험성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무기체계 연구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기에 적용된 기술들이 개발 도중 진부화되는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첨단 무기체계를 신속히 군에서 전력화하여 운용할 수 있도록 진화적 ROC 적용개발을 시행해야 합니다. 진화적 ROC 적용개발이란 현 기술 수준에 맞춰 무기체계를 우선 전력화하고, 이후 최종 목표성능을 달성할 때까지 단계적으로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안인데요. 이를 통해 우리 군은 필요한 무기를 적절한 시기에 배치하여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ROC를 추구했던 차기 전술교량 개발사업과 비호 사업, 그 결과는?


전시 교량피해 예상범위를 토대로 교량길이 ROC를 세계에서 가장 긴 60m로 설정했던 차기전술교량사업. 60m를 달성하지 못해, 이후 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한국 무기체계 개발사업 중 진화적 ROC 적용개발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사례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 첫 번째는 세계 최고의 작전요구성능(ROC)을 추구했다가 현재 사업이 전면 중단된 차기 전술교량 개발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하천을 건너거나 끊어진 다리를 설치하는 임시가교를 우리 지형에 맞게끔 자체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되어 왔는데요.

 

개발을 맡았던 현대로템은 당시 최고 수준인 55m에 근접한 53m급 교량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애초 목표로 했던 60m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업은 실패하게 됩니다. 사실 한국의 지형을 고려했을 때 50m 수준만 되어도 큰 무리는 없었는데 말이죠. 만약 우리가 진화적 ROC를 적용해 개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현재 기술 수준에 맞춰 53m급 교량을 개발하여 전력화한 뒤, 운용과정에서 성능을 더욱더 향상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요?


30mm 자주대공포 ‘비호’


 

두 번째는 전력화가 장기간 동안 지연되었던 ‘30mm 자주대공포 비호사업입니다. 적 항공기로부터 우리 군의 저고도 대공 방어를 책임지기 위해 개발되었는데요. 1981년 사업승인을 받은 후 1992년에 개발을 완료했지만, 1993년 첫 대량생산 도중 장갑 두께와 속력 등이 작전요구성능에 미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고 맙니다. 이후 개선과정을 거쳐 2004년에 이르러서야 전력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 승인 후 무려 23년이나 걸린 것이죠.

 

만약 진화적 ROC를 적용했다면 어땠을까요? 우선 첫 생산단계에서 최소 필요량만 우선 전력화 합니다. 그리고 일정 기간 운용하면서 성능을 점차 개량하고, 추가사업으로 나머지 물량을 추진해 나가는데요. 이를 통해 방산업체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목표 성능을 달성해 조기에 전력화할 수 있는 것이죠.


 

진화적 ROC를 적용한 미국의 LRIP 제도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Iron Dome)

 

그렇다면 해외 국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을까요? 미국, 영국, 이스라엘과 같은 방산 선진국들은 한국과 달리 무기체계의 ROC를 유연화하여 지속적으로 성능개량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그 중 우리는 미국의 LRIP(Low-Rate Initial Production / 저비율 초도생산)제도를 알아둘 필요가 있답니다. LRIP저비율 초도생산’ 이라는 의미 그대로 초기에는 최소 의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제도입니다. 이 때 결함이나 수정사항이 발견되면 다음 단계 설계와 제작에 반영해 생산량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입니다.

 




이처럼 무기체계 대량 생산 전에 결함을 수정하고 성능을 개량할 수 있기 때문에, 목표 성능 달성과 국방예산 절감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죠. 현재 미국은 F-35A, P-8 포세이돈 대잠초계기를 비롯한 다양한 무기체계 개발에 LRIP 제도를 적용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를 적기에 전력화하고 있습니다.


F-35A 라이트닝Ⅱ가 이탈리아 카메리 생산공장에서 출고 되는 모습. 저율초도생산(LRIP) 방식으로 생산되는 F-35는 초기에 최소 수량만 생산하고 결함이나 수정사항이 발견되면 다음 단계 설계와 제작에 반영해 생산량을 늘려가는 시스템이다.


우리가 또 한 가지 참고해야 할 무기체계 개발 방식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2006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 가한 단거리 로켓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40여 명이 사망하는 등 대공 방어가 취약한 상황이었는데요. 이에 이스라엘은 200712월부터 아이언 돔 개발을 시작하여 최종 목표 성능의 약 70% 수준만 충족한 채 2011년 실전 배치하였습니다. 이후 실전에서 운용하며 2년동안 성능을 계속해서 높여갔고, 결국 최종적으로 미사일 요격율을 95%까지 향상시킬 수 있었답니다.


<아이언돔의 하마스 로켓 격추 동영상>


탐지에서 격추까지 30여 초가 채 안 걸리는 아이언 돔은 2014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투에서 3천여 발의 로켓 대부분을 요격해 그 탁월한 성능을 입증했다고 하네요.

 

현재 우리나라 무기체계 개발은 당초 계획됐던 목표 성능을 충족하지 못하면 실전 배치조차 할 수 없습니다. 또한 개발한 무기를 처음부터 대량생산 하다보니, 결함이 발견되면 전력화는 중단되고 사업은 지연될 수 밖에 없는데요. 따라서 생산량을 조금씩 늘려가며 결함을 잡아가는 LRIP 제도, 목표 성능의 70%만 충족하면 배치 후 결함을 잡아가는 Iron Dome 사례는 우리나라 국방 연구개발 시스템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최첨단 무기 확보와 예산절감, 수출까지 달성할 수 있는 방법! 우리나라 진화적 ROC의 개선 방향은?

 

해외의 대부분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진화적 ROC 개발방식은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걸까요? 사실 우리나라도 '방위사업법'이나 '방위사업관리규정' 등에서 무기체계 개발사업 때 진화적 개발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용방안이나 절차에 대한 구체화가 미흡하여 이를 시행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ROC 적용방법과 그 개선방향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현재 방위사업법 시행령과 국방전력발전업무 훈령은 무기체계 진화적 개발을 필수조항이 아니라 임의조항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필수조항으로 개정하여 진화적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합니다.

 

무기 소요를 제시하는 합참과 각 군은 ROC를 시기별로 구분해, ‘최초 전력화를 위한 ROC차후 성능개량을 통해 달성하는 ROC를 구별해야 합니다. 또한 방위사업청도 '최초 ROC'와 '차후 성능개량 ROC'를 구분해 무기개발 전략을 점진적으로 진화시킨다는 방향으로 가져가야 합니다.

 

두번째로, 현재 '방위사업법 시행령'과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에는 방산업체의 적정 가동률과 생산능력, 그리고 주계약업체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되어있으나 실제로는 반영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무기체계 개발사업 입찰 단계에서 진화적 ROC 개발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 공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졌을 때, 방산업체도 공개된 정보를 가지고 현재 기술수준을 반영한 진화적 ROC 개발방식으로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세번째는, 앞서 해외 사례 때 설명드린 미국 LRIP제도와 같은 개념입니다. 초기에는 최소한의 수량으로 무기체계를 생산한 뒤, 점차 성능을 높여가면서 수량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 군은 작전운용성능에 맞춰 일괄적으로 대량생산을 하는 방식으로 전력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결함이 발견되었을 때 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하는 문제가 있으며, 기술 발전 추세를 놓쳐 무기체계가 진부화될 수 있답니다.

 

네번째는, 우리 군 소요에 따른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내수형 뿐만 아니라 수출 가능성 또한 검토하여 수출형 모델 개발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방산업체는 해외시장 동향과 구매국 요구사항 등을 분석해 수출형 모델을 소요결정 단계에 반영하여 개발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주관업체가 수출형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제도 마련이 필요합니다.

 

일례로 이스라엘은 국내용으로 개발하는 제품도 수출시장을 사전에 분석하여 수출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집중 개발하는 한편 수출 가능성이 낮은 제품은 수입합니다. 이렇게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화적 ROC 적용을 위한 개선방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100점짜리 완벽한 무기도 좋지만, 80~90점 무기도 함께 사용하면서 점차 성능을 높여가겠다는 유연한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무기체계가 적기에 전력화 되어 전력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기술의 발전으로 개발중인 무기체계가 진부화 되는 문제점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뿐만 아니라 내수형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수출을 위한 맞춤형 모델도 함께 제작한다면, 해외 수출까지 증대시킬 수 있는 13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하루빨리 우리 군의 작전요구성능이 진화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의 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라겠습니다!


※ 이 콘텐츠는 월간<국방과 기술> '18년 1월호에 게재됐던 '진화적 ROC 적용 보장을 통한 획득체계의 혁신'을 각색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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