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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관객수가 1,700만 명을 넘어서며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신기록을 기록한 영화, 명량! 혹시 보셨나요? 이 영화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격파한 명량해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실제로 이순신 장군이 이렇게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리더십도 있지만, 무엇보다 화약 무기를 잘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명량’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당시 조선이 좋은 화약 무기를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고려시대 말엽인 1377년, 화약 국산화에 성공한 최무선 장군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보면, 무기 개발은 전쟁 속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켜내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최무선 장군이 최초로 창제한 화포, 대장군포(출처: 문화콘텐츠닷컴)>


지금 대한민국엔 21세기의 최무선 장군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방산업체, 국방과학연구소 등에 소속되어 있는 ‘무기체계 연구개발자’ 이지요. 이들 덕분에 우리나라는 주변국들의 위협 속에서도 국가 안보를 굳건히 하고, 나아가 무기체계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까지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기체계 연구개발자들은 한 때 비리 집단으로 인식되면서 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기체계 연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함’을 ‘비리’로 바라보았기 때문인데요. 과연 ‘결함=비리’라는 공식이 맞는 걸까요?




수리온을 통해 살펴보는 결함과 비리와의 관계



지난해 비행 안전성 논란으로 ‘깡통 헬기’ 라 불렸던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을 기억하시나요? 방산 비리의 대표적 사례로 많은 사람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었는데요. 그 이유는 당시 수리온에 기체 내부 빗물 유입, 전방유리 파손 등의 결함과 기체에 얼음이 들러붙는 체계결빙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무기체계는 연구개발을 통해 시제품이 완성되면 시험평가 과정을 거칩니다. 그 중 항공기 같은 경우는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지 정부가 보증하는 '감항 인증'(Airworthiness Certification)을 받아야 실전에 배치할 수 있는데요. 물론 배치된 이후에도 일정한 기간 동안 운용하면서 발생하는 결함들을 계속 보완해야 한답니다. 이처럼 완전한 무기체계는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탄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리온 역시 결함을 비리가 아니라 보완하고 해결해야하는 과정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즉 수리온 개발 종료가 완벽한 수리온의 탄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죠.



<체계결빙 운용능력 입증시험을 통과한 수리온의 모습>




또한 우리는 아직 항공기 개발 경험이 부족합니다. KT-1, T-50과 같은 고정익 항공기의 경우 100대 이상, 수조원어치를 수출한 전례가 있지만, 회전익 개발은 수리온이 처음이었습니다. 세계 최강의 헬기로 꼽히는 아파치도 개발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요. 이처럼 헬기, 전투기 등 첨단무기체계를 독자 개발한다는 것은 막대한 투자와 함께 높은 리스크를 동반하는 일입니다. 자동차 부품수가 수천 개인 반면 헬기, 전투기 부품은 수만 개가 넘기 때문이죠.



<기계∙전자∙IT 등 수만 개의 첨단 부품이 융합된 민간 항공기의 모습(출처: '일자리 창출과 미래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항공우주산업 정책토론회' 자료('18년 6월 27일, 최기영 교수)>




따라서 6년 만에, 더구나 최초로 시도하는 수리온 헬기 개발을 완벽하게 끝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크고 작은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수리온이 겨울철에 날지 못하는 결함 덩어리의 헬기로 오해했던 것입니다.



<수리온 주요 개선사항>




하지만 현재 수리온은 모든 결함을 개선했고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 이루어진 체계결빙 입증시험까지 합격했습니다. 국내 군용 헬기 중 최고 수준인 중정도(moderate) 체계결빙 운용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30℃의 지역에서도 수리온을 운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수리온을 시작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헬기 개발 강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해봅니다.







무기체계 하자를 비리로 모는 국내 방위산업 환경




앞서 이야기한 수리온 사례처럼,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함’이 비리처럼 잘못 인식되어 보도되는 경우가 상당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K2 전차의 파워팩(엔진 및 변속기), K9 자주포, K11 복합형 소총 등이 있지요.




<결함이 비리처럼 잘못 인식되어 한 때 논란을 겪었던 국산 K9 자주포>




하지만 해외 명품 무기도 몇 차례 실패 과정을 거쳐 완성됩니다. 미국 F-35A 전투기도 지난 2014년 초도양산(LRIP)단계에서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고, UH-60헬기도 전력화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체계 결빙(기체와 날개 등에 얼음이 발생하는 현상)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외에서는 이를 비리라고 질타하지 않습니다.








무기체계에서 결함이 발생하는 또다른 요인 중 하나는 무기획득 시스템입니다. 우리나라는 해외 방산 선진국과 달리 진화적 개발방식을 거의 적용하지 않고 있는데요. 즉 완성형 개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서, ROC라고 하는 군의 요구 성능을 100% 충족해야 전력화 판정을 받는답니다. 아직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은데 최고 성능의 무기체계를 개발 하려고 하다 보니 개발 지연과 같은 일이 생기고, 결함이 발생하는 것이죠.




진화적 개발방식이란?


전력화 시기와 현재 기술 수준을 고려해 무기를 개발하고, 실제로 운용하면서 조금씩 성능을 높여가는 방식입니다. 미국 F-35 전투기 같은 경우는 1차 생산 2대, 2차 생산 12대, 3차 생산 13대, 이런 식으로 우선 최소 수량을 생산해 운용하면서 고장나거나 부족한 부분들을 해결합니다.



이와 달리 미국 등 선진국은 양산 단계에서 개발비용을 포함시켜 전력화 이후 크고 작은 결함들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M1 전차와 독일 레오파드(Leopard) 전차 등은 진화적 개발방식을 적용하여, 전력화 이후 6~7차례 성능을 개량했지요. 반면 K-9 자주포는 단 한 번도 성능개량을 하지 않았습니다. 성능에 큰 결함이 없는 한 자체비용만으로 성능 개량을 추진할 방산업체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무기체계 연구개발은 성공 확률이 5% 안팎에 불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요구하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비리로 간주하며 책임을 추궁합니다. 만약 이런 풍토가 지속된다면, 어떤 업체도 기술 개발에 투자하려 하지 않고 외국에서 무기를 구매할 것입니다. 하자를 비리로 몰아붙이면 국산 무기를 개발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방산 비리를 근절한다면서 방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행위는 사라져야 합니다. 그리고 묵묵히 소임을 다해 온 무기체계 연구개발자들의 노고는 제대로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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